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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로 말하려면 단어를 몇 개나 알아야 할까?

원어민은 수만 개의 단어를 알지만, 대화에 필요한 단어는 훨씬 적어요. 커버리지 연구가 말해 주는 것과 가장 먼저 외워야 할 단어를 알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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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쓰며 자란 스무 살은 평균 약 4만 2,000개의 단어(표제어)를 알고, 이 단어들은 약 1만 1,100개의 단어족으로 묶여요 (Brysbaert et al., 2016). 말을 하려면 그 산을 다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하죠. 그런데 좋은 소식이 있어요. 대화를 하는 데 그렇게 많은 단어는 필요 없어요. 일상 대화는 자주 쓰이는 몇천 개의 단어가 대부분을 책임져요. 그 근거가 바로 '커버리지'라는 개념이에요. 이걸 알면 어떤 단어부터 외워야 할지, 어떤 책이나 드라마가 지금 내 수준에 맞는지 알 수 있어요.

모든 단어의 무게가 같지는 않아요

어떤 대화든 단어를 세어 보면 작은 무리의 단어가 계속 나와요. 영어라면 the, and, I, you, go, want, good, today 같은 단어들이죠. 반대로 사전에 실린 단어 대부분은 거의 나오지 않아요. 이 쏠림 덕분에 학습자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연구자들은 이것을 커버리지로 측정해요. 글이나 대화에 나오는 단어 가운데 이미 아는 단어가 차지하는 비율이에요. 들리는 단어 100개 중 95개를 안다면 커버리지는 95%예요. 또 단어는 하나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단어족으로 세는 경우가 많아요. paint, painted, painter, painting은 한 단어족이에요. 하나를 알면 나머지도 금방 알아볼 수 있으니까요.

연구가 말해 주는 것

얼마나 알아야 '충분'할까요?

Hu와 Nation의 잘 알려진 연구에서 학습자들은 이야기 한 편을 읽었어요. 이야기 속 일부 단어는 지어낸 단어로 바뀌어 있어서, 연구자들이 모르는 단어의 수를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었어요. 커버리지 80%에서는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95%에서도 이해한 사람은 소수였어요. 연구자들은 대부분의 독자가 도움 없이 글을 읽으려면 약 98%의 커버리지, 즉 50단어 중 모르는 단어가 1개 정도여야 한다고 추정했어요. Paul Nation이 리뷰 논문에서 이 연구를 정리했어요 (Nation, 2006).

이후의 한 연구는 읽기에 두 가지 기준을 제시했어요. 최소 기준은 커버리지 95%로 약 4,000~5,000개 단어족, 최적 기준은 98%로 약 8,000개 단어족이에요 (Laufer & Ravenhorst-Kalovski, 2010).

듣기는 읽기보다 적은 단어로 충분해요

여기서부터 힘이 나는 이야기예요. Nation은 실제 영어를 대량으로 모은 자료로, 언어의 종류마다 필요한 단어족 수를 계산했어요. 소설과 신문에서 98%에 이르려면 8,000~9,000개 단어족이 필요해요. 일상 구어는 6,000~7,000개예요. 말할 때는 가장 흔한 단어에 더 많이 기대기 때문이에요 (Nation, 2006).

게다가 듣기에는 98%까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Hilde van Zeeland와 Norbert Schmitt가 듣기를 직접 조사해 보니, 모국어 화자와 학습자 대부분이 일상적인 구어 이야기를 커버리지 90%에서도 충분히 이해했어요. 다만 그 수준에서는 학습자들 사이의 차이가 컸어요. 95%에서는 학습자들이 비교적 잘, 그리고 훨씬 고르게 이해했어요. 이 95%를 기준으로 하면 일상적인 듣기에는 2,000~3,000개 단어족이 필요해요 (van Zeeland & Schmitt, 2013).

어휘 크기(단어족)에 따라 아는 단어의 비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 주는 꺾은선 그래프. 말풍선으로 표시한 대화는 2,000개 단어족에서 89%, 3,000개에서 96%, 7,000개에서 98%. 펼친 책으로 표시한 소설은 2,000개에서 88%, 4,000개에서 95%, 9,000개에서 98%. 점선은 95%와 98%를 나타낸다.

어휘가 늘어날수록 글에서 아는 단어의 비율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 줘요. 실선은 일상 대화, 점선은 소설이에요. 3,000개 단어족부터(소설은 4,000개부터)는 사람 이름 같은 고유명사를 아는 단어로 셌어요. 자료: Nation (2006)의 표 13과 소설 전체 수치.

그래프는 가파르게 오르다가 평평해져요. 처음 2,000개 단어족만으로 대화의 약 89%를 알아들을 수 있어요. 다음 1,000개로 95%를 넘어요. 그 뒤로는 1,000개를 더 알아도 1%포인트도 채 늘지 않아요. 스페인어에서도 같은 모양이 나타나요. Mark Davies의 코퍼스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스페인어 1,000단어는 구어의 약 88%를, 상위 3,000단어는 94%를 차지했어요. 그다음 1,000단어씩 더할 때마다 늘어나는 폭은 점점 작아졌어요 (Davies, 2005).

기준은 길잡이일 뿐, 벽이 아니에요

정확히 95%나 98%에서 이해가 '딸깍' 켜진다면 간단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8개국 661명의 독자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아는 단어의 비율이 늘수록 이해도가 꾸준히 올라갔고,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뛰어오르지 않았어요 (Schmitt, Jiang & Grabe, 2011). 2025년에 Hu와 Nation의 연구를 다시 검증한 연구에서는 커버리지 90%, 95%, 98%로 읽은 독자들의 이해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어요. 모든 단어를 아는 독자는 90%와 95% 독자보다 점수가 높았지만, 독자들 사이의 차이 가운데 커버리지로 설명되는 부분은 꽤 작았어요 (Webb, Pellicer-Sánchez & Wang, 2025).

처음 보기보다 더 큰 추정치도 있어요. 예전 연구는 2,000개 단어족이면 구어를 거의 다 커버한다고 했지만, 현대 코퍼스에서는 2,000개 단어족의 커버리지가 95%에도 못 미쳤고, 약 96%에 이르려면 개별 단어로 약 5,000개가 필요했어요 (Adolphs & Schmitt, 2003).

그러니 숫자는 합격선이 아니라 지도로 쓰세요. 단어는 하나 늘 때마다 조금씩 도움이 되고, 자주 쓰이는 단어일수록 더 크게 도움이 돼요.

오늘부터 해 볼 수 있는 것

1. 자주 쓰이는 단어부터 외우기

첫 목표는 그 언어에서 가장 흔한 2,000~3,000개 단어족이에요. 이것만으로 일상 대화의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어요. 빈도순 단어 목록을 쓰거나, 과일 이름 열다섯 개 같은 드문 어휘가 아니라 인사, 음식, 시간, 장소, 약속처럼 매일 쓰는 말부터 시작하는 코스를 고르세요.

2. 형태 하나가 아니라 단어족으로 외우기

단어를 외울 때는 형태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함께 익히세요. 스페인어 hablar(말하다)를 알면 hablo, hablas, habló도 알 수 있어요. 일본어 食べる(taberu, 먹다)를 알면 食べます(tabemasu), 食べた(tabeta)도요. 영어 eat을 알면 eats, ate, eaten도요. 단어족은 하나지만, 알아듣는 단어는 여러 개가 돼요.

영어를 배운다면 외래어가 힌트가 돼요. 커피(coffee), 테이블(table)처럼 처음부터 반쯤 아는 단어가 많거든요.

3. '20단어 중 1개' 테스트 해 보기

책, 기사, 드라마 한 편을 시작하기 전에 100단어쯤을 골라 모르는 단어를 세어 보세요. 모르는 단어가 5개 정도(95%)라면 사전을 찾아 가며 노력하면 따라갈 수 있어요. 2개 정도(98%)라면 편하게 즐길 수 있어요. 10개 이상이라면 잠시 미뤄 두고 몇 달 뒤에 다시 도전하세요.

4. 주제 단어를 먼저 익히기

모든 이야기에는 자꾸 되풀이되는 단어가 있어요. Nation에 따르면 어린이 영화 '슈렉'에는 ogre(괴물), swamp(늪) 같은 단어가 계속 나와요. 이렇게 반복되는 몇 개의 단어를 아는 단어로 치면, 이 영화의 커버리지 98%에 필요한 어휘가 단어족 1,000개쯤 줄어들었어요 (Nation, 2006). 무언가를 보거나 읽기 전에 핵심 단어 대여섯 개를 찾아보세요. 이보다 싸게 커버리지를 올리는 방법은 없어요.

5. 외운 단어를 놓치지 않기

한 번 만나고 잊어버린 단어는 커버리지에 들어가지 않아요. 간격 반복처럼 간격을 넓혀 가며 복습하고, 인출 연습처럼 다시 읽는 대신 스스로 시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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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1. Adolphs, S., & Schmitt, N. (2003). Lexical coverage of spoken discourse. Applied Linguistics, 24(4), 425–438. https://doi.org/10.1093/applin/24.4.425
  2. Brysbaert, M., Stevens, M., Mandera, P., & Keuleers, E. (2016). How many words do we know? Practical estimates of vocabulary size dependent on word definition, the degree of language input and the participant's age. Frontiers in Psychology, 7, 1116. https://doi.org/10.3389/fpsyg.2016.01116
  3. Davies, M. (2005). Vocabulary range and text coverage: Insights from the forthcoming Routledge Frequency Dictionary of Spanish. In D. Eddington (Ed.), Selected Proceedings of the 7th Hispanic Linguistics Symposium (pp. 106–115). Cascadilla Proceedings Project. https://www.mark-davies.org/articles/davies_26.pdf
  4. Laufer, B., & Ravenhorst-Kalovski, G. C. (2010). Lexical threshold revisited: Lexical text coverage, learners' vocabulary size and reading comprehension. Reading in a Foreign Language, 22(1), 15–30. https://hdl.handle.net/10125/66648
  5. Nation, I. S. P. (2006). How large a vocabulary is needed for reading and listening? The Canadian Modern Language Review, 63(1), 59–82. https://doi.org/10.3138/cmlr.63.1.59
  6. Schmitt, N., Jiang, X., & Grabe, W. (2011). The percentage of words known in a text and reading comprehension. The Modern Language Journal, 95(1), 26–43. https://doi.org/10.1111/j.1540-4781.2011.01146.x
  7. van Zeeland, H., & Schmitt, N. (2013). Lexical coverage in L1 and L2 listening comprehension: The same or different from reading comprehension? Applied Linguistics, 34(4), 457–479. https://doi.org/10.1093/applin/ams074
  8. Webb, S., Pellicer-Sánchez, A., & Wang, A. (2025). Lexical coverage and reading comprehension revisited. Reading in a Foreign Language, 37(1), 1–21. https://doi.org/10.64152/10125/67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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